나도현의 일과는 복잡할 것이 없었다. 이른 아침 출근-저녁 잔업 후 퇴근 루틴에 가끔 외근이나 회식, 소규모의 술자리를 곁들이는 정도. 집에 돌아오면 가벼운 조깅 혹은 청소를 했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 역시 모자랐던 잠을 자고, 맛집을 찾아가 영양을 보충하고, 하루 종일 TV를 시청하는 등 쉬는 행위를 제외하고 특별히 하는 일은 없었다.
유세리가 한연호와 친해진 것은 우연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저 같은 학교에 입학한 우연.
냉장고 안에 물보다 술이 더 많은 것이 다행이었다. 야밤에 편의점까지 가는 귀찮음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다만 안주할 거리가 없어 언제 사다놓았는지 모를 마른 오징어를 꺼내놓긴 했는데 한연호는 손도 대지 않고 술만 홀짝거렸다. 목구멍이 좁기도 하지. 나도현은 이미 두 모금에 새로 내온 반 캔을 비웠다.
한호철과 나도현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절친한 지기냐고 물으면 그 정도까진 아니고, 어쩌다 같은 반 옆자리를 한 번 했다는 구실로 이래저래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그도 한호철도 튀는 부분이 없어 무난하게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만났을 때 정강이만한 아들이 있는 것을 보곤 어찌나 놀랬던지. 그 때는 나도현이 신입사원, 한호철은 그의 회사에 위탁...
서른아홉의 아홉수. ‘삼재와 겹치진 않았지만 올해는 특별히 조심하라’는 모친의 시시콜콜한 당부가 나도현은 언제나처럼 성가셨다. 그는 사주가 어떠니 팔자가 어떠니 하는 그녀의 허무맹랑한 믿음에 동조할 만큼 스스로가 얼빠진 놈은 아니라고 여겼다. 실제로 무더운 여름이 다 지나도록 무난한 일상이 그의 소신에 힘을 실었고, 그 부분에서 오히려 자부심과 비슷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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